이 많은 사람들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고?

한겨레 신문 2009.9.25 기사: 기소된 촛불 1184명 15억여원 ‘벌금 폭탄’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5월 내놓은 ‘미 쇠고기 수입반대 불법폭력시위사건 수사백서’를 보면, 지난해 촛불집회에는 연인원 93만2000명이 참여해, 1374명이 입건됐고, 이 가운데 1184명이 기소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회장 백승헌)이 25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전체 기소자 1184명 가운데 844명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656명이 평균 148만여원의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188명은 아직 1심 판결이 나지 않았다.

844명이 정식재판을 청구.. 이게 무슨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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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재판을 청구했다는 말은 쉽게 말해서 약식기소를 받은 사람들이 “내가 죄를 졌으니 벌금 150만원 내라고? 못내겠다. 정식으로 재판하자” 이런 의미이다.

그럼 약식기소는 뭐냐? 죄질이 가벼워서 실형으로는 도저히 안갈 것 같은 ‘범죄’에 대해서 검찰이 ‘재판까지 갈 거 없고, 그냥 벌금 내라. 간단히 끝내자’는 식으로 벌금을 부과하는 걸 말하고, 이는 벌금 200만원 이하로만 국한된다. 음주운전, 음란동영상 업로드, 온라인 도박 등 모든 범죄들에 대해서 일일이 전부 재판을 다해 버리면, 재판부 피곤, 검찰 피곤, 피의자 피곤하니까.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으면 선고받은 사람은 90% 이상 벌금 납부하고 끝낸다. (특히 형사사건의 경우) 억울한 경우도 있겠지만 200만원 안내려고 정식재판 청구하면

  • 최소 몇백 만원은 족히 드는 변호사비 (이번에는 민변에서 많이 도와주셨지만)
  • 재판 관련 준비(대부분 변호사가 하긴 하지만)
  • 최소 3-4회 이상의 법정 출두

이 정도의 기본적인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몇몇 똑똑한 분들은 변호사 없이 혼자 재판을 진행하기도 하기도 하는데, 돈은 안 들지만 비변호사가 법률을 전공한 검사와 볍률적으로 싸운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어서 어마어마한 준비, 논리를 갖추기 전에는 사실 쉽지가 않고, 어쨌든 재판준비 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 보통 아니다. 국선변호사도 있으나 얼마나 도움이 되는 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이기기도 사실 굉장히 어렵다. 재판을 받아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 재판부는 원래 벌금형으로 끝나고 말 작은 사건에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기도 하고
  • 재판부가 검찰과 가까울까? 피의자와 가까울까? 공정할 거라고? Sorry, 그렇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 검찰이 약식기소를 때리는 순간 재판부는 피고를 잠재범죄자로 추정하고 재판을 진행 (무죄추정? ㅎㅎ 역시 그렇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하기 때문에, 약식기소된 안을 정식재판으로 가서 이긴다는 것은 진짜 어려운 일이다.

아뭏든, 벌금낼 돈이 아까와서 하는 것이 정식재판 청구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 전과가 남는 것 때문에? 벌금 낸다고 전과 남는 것도 아니다. 벌금이라는 것은 고성방가를 해서 내는 벌금이나 교통위반을 해서 내는 벌금과 똑같다.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억울하고 분하고 열이 받아서, 도대체 내가 뭘 잘못 했다는 말인가”는 생각이 들어서 내 시간, 내 돈 희생해 가면서 ‘바로 잡아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청구하는 것이 정식재판이다. (아 물론 모 교육감님이나 일부 구캐의원처럼 자기 자리 안 뺏길려고 정식재판 청구하는 경우는 예외)

이번 촛불시위 관련하여 약식기소된 1,184명 중 844명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고 한다. 이건 진짜 말이 안되는 숫자이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검찰의 판단, 법원의 결정에 대해서 ‘기가 막혀’라고 말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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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뀐 작년 2008년,  정식재판청구건수가 사상최대를 기록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유가 있겠지?

단순 시위 참가들에게 이런 식의 벌을 내리는 것이 몇 년 전에도 가능한 이야기였을까? 그 양반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미쿡’에서는 가능한 이야기일까?

정말 창피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

About Christopher Roh

(주)홍익세상 CEO, App Yourself! 개발자가 아니어도 모바일앱을 만들 수 있는 HiCIEL(TM) 서비스 중. 홍익인터넷 말아먹고 업계 떠났다가 모바일/SNS 바람 타고 돌아왔으나 아직은 불쌍한 변두리 구멍가게벤처 사장. 주색잡기를 비롯, 안건전한 건 거의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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